보약 먹으면 살찐다는 말, 사실일까?
- 등록일
- 202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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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둘러보면 ‘어릴 때 보약 잘못 먹어서 살이 쪘다’라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볼 수 있습니다. 원래는 마르고 허약한 체질이었는데 보약을 먹고 나서 포동포동 살이 올랐다는 것인데요.
그래서일까요? 보약을 먹으면 살찐다는 말이 기정사실화되어 보약을 복용하고 싶어도 선뜻 보약 짓기가 꺼려진다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보약을 지을 때 “살 안 찌도록 만들어주세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특히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 기력이 달려 보약 생각이 나다가도, 기껏 여름 맞이 다이어트를 했는데 괜히 보약 때문에 도루묵이 될까 싶어 주저하게 되는데요.
정말 보약을 먹으면 살찐다는 말이 사실일까요?
보약은 ‘허약한 상태를 보해주는 약’을 말합니다. 즉, 기가 허하고 우리 몸의 기능들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할 때 보약을 복용하는 것이죠.
보약을 통해 신체 전반의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오장육부의 기능을 개선시켜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데요.
평소 허약 체질로 인해 입맛이 없고 소화도 잘 안 되던 분들이 보약을 먹게 되면 비위 기능이 좋아지면서 소화흡수 기능이 높아집니다. 입맛이 살아나다 보니 평소보다 식사량이 늘면서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죠
즉, 보약 때문에 살이 찐 것이 아니라 보약 덕분에 기력을 되찾으면서 소화기능이 좋아졌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다면 보약으로 인해서 살이 잘 안 찌던 체질이 살찌는 체질로 바뀔 수 있는 걸까요? 보약으로 입맛이 살아나는 거면 결국 살찌는 체질로 변한 게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보약을 먹는다고 해서 타고난 사상체질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살이 찌는 기전은 사람마다 제각각인데요. 자율신경계나 호르몬 분비 등 소화흡수 매커니즘에 따라 살이 잘 찌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죠.
보약은 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 허약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역할을 할 뿐, 체질 자체를 바꾸는 것은 아니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간혹 보약 자체가 칼로리가 높은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보약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한약재는 식물성입니다. 물론 녹용과 같은 동물성 약재나 석고 등 광물성 약재가 있기는 하나 대부분이 뿌리, 잎, 줄기 등 식물에서 나오는 약재를 사용하고 있죠. 이러한 한약들은 한 봉지당 칼로리가 평균적으로 밥 1/3 공기 정도에 불과합니다.
무엇보다 보약이 살찌게 한다는 소문과 달리, 오히려 보약은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되는데요. 과체중이거나 비만이신 분들은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살이 더 잘 찌게 됩니다. 또 노폐물이 몸 밖으로 잘 배출되지 않아 몸속에 독소가 쌓이고 잘 붓게 되죠.
이럴 때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노폐물 배출에 효과 있는 보약을 복용하면 체중 조절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개인마다 살이 찌는 원인과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보약을 처방받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도움말 : 잠실자생한방병원 신민식 병원장